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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동백중학교 학부모독서모임 활동_5
작성자
조영아
등록일
Oct 19, 2016
조회수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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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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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회원이 작성한 '달과 6펜스' 독서후기

 

두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말끔한 정장에 산뜻한 향을 풍기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남자 vs 우락부락한 등짝에 노려보는 호랑이 얼굴을 새겨 넣은 남자. 이 둘을 놓고 봤을 때... 우리는 누가 惡人이라고 생각할까요? 첫 인상만으로 대부분 후자를 날건달, 인간 쓰레기라며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정장차림의 신사는 부와 명예를 가지고서 약자를 위협한다면? 고아로 태어나 배운 바 없이 살다가 건달의 세계에 들어가 등짝에 문신을 새겨 넣었지만, 자기보다 약자를 보호할 줄 아는 인물이라면?

18년 감옥생활을 하셔서 일본 야쿠자에서 이런저런 잡범들까지 다양한 범죄자들과 세월이 변함에 따라 컬러풀하게 변해간 문신의 역사를 봐오셨던 신영복 선생님은 “담론”에서 위악과 위선의 차이를 설명해주셨습니다.

[교도소 재소자들의 문신은 자기가 험상궂고 성질 사나운 인간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위악’입니다. ‘위선’과는 정반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악한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먹이 있거나 성질이 있어야 한다는 광범한 합의가 저변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세상 이치에 맞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신 소유자들은 후회막급입니다. 문신의 위력이 없을 뿐 아니라 문신이 전과자의 표식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위악이 약자의 의상이라고 한다면, 위선은 강자의 의상입니다. 의상은 의상이되 위장입니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일 뿐 그 본질이 아닙니다. (담론 중에서)]

달과 6펜스를 읽으면서 보다보다 정말 나쁜 남자라며 혀를 끌끌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전업주부로 살다가 갑자기 가정 경제를 책임지게 된다면 너무도 힘겨울 21세기를 살기에 그 당시 여성의 몸으로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스트릭랜드의 부인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혹은 애써서 죽을 위기에 건져내었더니 되려 물에 빠진 놈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으로 당해 부인과 스튜디오를 내준 스트로브의 이야기는 정말 기가막힐 뿐이었습니다. 아마 이 인간의 말로가 천벌로 끝나기를 은근 기대하면서 읽어내려 갔지... 싶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트릭랜드에 대한 관점이 변하더군요. 문둥병으로 골방에 쳐박혀 신음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했던 인물... 남들이 다 떠나가버린 천벌 앞에서 끝까지 남겠다는 아다를 보고 눈물 흘리는 모습... 빌린 돈 200프랑을 갚기 위해 농장주에게 자신의 그림을 건네는 모습... 역시 잔인한 방법이긴 했지만, 아내의 죽음 후 모든 것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스트로브의 짐 속에 가장 소중히 다뤄졌을 그림 한 점...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며칠씩 굶는 게 다반사인 삶에서도 불평한마디 없었다는 남자... 그 남자에게서 호랑나비의 문신 같은 위악이 위장되어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이 원했건 원치 않건 그림에 대한 열정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게 만들었고, 그를 모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책에서도 자신처럼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걸 아는 그였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고집스레 밀고 가는 모습이 매우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책을 통해서 내가 모르는 극한 달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고뇌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달과 6펜스’를 너무도 좋아하나 봅니다. 읽는 사람의 관점을 변하게 만드는 기술... 서머셋 몸은 인간 자체에 대한 연구를 참 많이 한 작가이지... 싶습니다. 그가 써내려가는 그림에 대한 묘사는 문자를 읽는 내가 마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결국 ‘그래, 이런 사람도 있어야지... ’하며 책장을 덮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끝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소개합니다. 책에서 등장하는 아브라함이라는 사람과 스트릭랜드도 이와 같이 자기가 태어날 장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 사방을 헤매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호랑이 줄무늬를 날개에 새긴 채 갸날픈 날개 짓으로 날고 있는 호랑나비와 같은...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하였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서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바글대는 길거리도 한갓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256)]

참 나눌 말이 많을 것이라 기대했던 모임에 함께 하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사진과 후기를 보니, 그 아쉬움이 많이 가라앉네요. 회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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